최근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닝닝이 중국 매거진 '보그 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가시아메바 각막염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시아메바는 수돗물이나 수영장 물에 서식하는 원생동물의 한 종류로, 보통의 경우 사람의 면역력에 의해 사라지지만 때로는 각막에 붙어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손상 또는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이다.
가시아메바 각막염, 콘택트렌즈 착용자에게 많이 나타나가시아메바 각막염은 1973년에 처음 진단된 질환으로, 주로 콘택트렌즈 착용자에서 나타난다. 가시아메바가 각막상피 표면에 부착되어 각막염을 일으키는데, 정상적인 각막상피의 표면에는 부착하기 어려워 정상적인 눈에서 가시아메바 각막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콘택트렌즈 사용으로 각막상피에 미세한 손상이 일어난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손상된 각막상피로 인해서 각막 방어막이 약해지면 가시아메바가 각막 기질로 침투하고 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콘택트렌즈 착용자 1만 명당 0.01~1.49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감염성 각막염 환자 중 가시아메바 각막염 비율은 0.1~2.9%로 나타나며, 해외의 경우 전체 감염성 각막염 중 가시아메바 비율은 최대 6.4%이다. 흔하지 않은 희귀질환이지만, 한번 감염되면 시력 손실에 이르는 등 시력을 위협하는데다가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어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다회용 콘택트렌즈, 가시아메바 각막염 발생 위험 4배 달해가시아메바는 주로 물이나 토양에서 서식하는데, 렌즈를 수돗물에 세척하거나 청결하지 않은 물에 노출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렌즈를 착용한 채로 샤워 또는 수영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다회용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일회용 콘택트렌즈' 사용자에 비해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위험이 4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팀은 런던 무어필드 안과병원(moorfields eye hospital)에서 200명 이상의 환자를 참가자로 모집했다. 여기에는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린 환자 83명과 다른 안과 질환에 걸린 환자 122명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다회용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일회용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보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확률이 3.8배 더 높았다. 또 콘택트렌즈를 밤새 착용하면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위험이 3.9배, 콘택트렌즈를 끼고 샤워하면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위험이 3.3배 각각 높아졌다. 연구팀은 "콘택트렌즈 자체는 매우 안전하나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위험과 관련이 있다"라고 밝히며 "종전 연구에서는 가시아메바 각막염과 온수 욕조, 수영장, 호수에서 콘택트렌즈 착용의 연관성을 살폈고, 이번 연구에서는 샤워 요인을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회용 콘택트렌즈를 일회용 콘택트렌즈로 바꾸면 가시아메바 각막염 감염 사례를 30~62% 예방할 수 있으며, 콘택트렌즈를 끼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말리면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가시아메바 각막염은 가장 심각한 유형의 각막염이다. 가시아메바에 각막이 감염되면 통증, 출혈, 뿌옇고 흐린 시야, 빛에 대한 민감성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눈병과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심한 경우 시력 손실이나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각막 이식을 받기도 한다. 전체 가시아메바 각막염 환자의 약 4분의 1이 감염 후 시력의 75% 이상을 잃거나 실명하는데, 감염 이후 시력을 잃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콘택트렌즈 사용자이다. 또한, 약 25%의 환자가 치료 또는 시력 회복을 위해 각막 이식을 받는다.
렌즈 착용한 채 샤워나 수영은 금물… 렌즈 보관에도 주의 기울여야가시아메바는 활동 단계인 영양형과 휴면상태인 포낭형이 있는데, 포낭형은 매우 저항성이 강해서 건조하거나 온도 변화가 큰 악조건에서도 오래 생존한다. 항생제로도 잘 치료되지 않을뿐더러 치료 효과도 미미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각막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가 렌즈인 만큼 손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렌즈를 착용하고 제거하는 등 렌즈와 접촉해서는 안 되며, 물기가 있는 상태로 렌즈를 만지는 것도 금물이다. 물기 있는 손으로 렌즈를 만지면, 렌즈가 미끄러져 분실할 위험이 있고 수돗물에는 아칸토 아메바와 같은 감염원이 있기 때문에 손을 충분히 말리고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렌즈 보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렌즈보존액 또는 다목적 관리용액이 담긴 보관 용기에 콘택트렌즈를 반드시 보관하고, 최소 하루 6시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존액은 매일 교체하고 렌즈를 꺼낼 때마다 생리식염수로 렌즈를 가볍게 헹군 이후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샤워하거나 수영하는 등 물에 노출하는 행동 역시 금물이다. 렌즈가 물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렌즈와 각막 사이의 작은 틈에 물이 들어가면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면 물안경을 꽉 눌러 쓰고 물놀이를 끝낸 후에는 반드시 렌즈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렌즈를 수돗물이나 강물, 바닷물로 씻어서는 안 된다. 각종 세균, 진균, 가시아메바 등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눈 감염의 25%는 렌즈를 끼고 잠드는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만큼 자는 동안에는 렌즈를 빼는 것이 좋다. 자는 동안은 눈꺼풀이 각막을 덮어 공기와 접촉이 차단되므로 눈을 뜨고 있을 때보다 각막에 필요한 산소가 덜 공급된다. 따라서 렌즈를 끼고 자면 저산소증으로 인해 각막염 발생이나 세균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화장할 때는 렌즈를 착용한 후에 하는 것이 좋으며, 눈 깜박임에 따라 눈 안으로 화장품이 밀려들어갈 수 있으므로 과한 눈 화장은 피해야 한다. 렌즈 관리용액이나 렌즈 케이스 등 렌즈와 관련된 용품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렌즈와 관련된 용품을 욕실처럼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세균 번식이 쉬워 오염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