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는다면 눈이 아닌 간 때문일 수 있다. 예로부터 눈과 간은 서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였다. 실제로 동의보감에 ‘목속간(目屬肝)’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눈이 간에 속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정석 약사는 간기능과 시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간은 인체 중에 혈액이 가장 많은 곳이다. 간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듯 간은 그야말로 ‘피 덩어리’라 할 수 있다. 간장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는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액을 저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액이 탁하고 노폐물이 많으면 간의 조직도 탁해지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간장의 또 다른 기능은 저장된 혈액을 필요한 장기에 공급해주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혈액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은 머리이며, 머리에서 가장 많은 혈액을 소모하는 곳이 바로 눈이다. 혈액을 저장하는 간과 그 혈액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눈 사이에는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침에 우리가 눈을 뜨면 간은 저장된 혈액을 눈으로 충분히 보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을 자면 인체에 돌고 있던 혈액 중 최소한의 양만 심장박동에 맞게 돌고 나머지는 모두 간에 저장된다. 이때 간으로 혈액이 많이 되돌아올수록 피로회복이 빨라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만일 얕은 잠을 자거나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우게 되면 충분한 혈액이 간으로 복귀하지 못해 피로회복이 늦어지게 된다. 우리는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잠을 설쳤을 때 눈이 충혈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는 밤 사이 간으로 혈액이 복귀하지 못하고 눈에 탁한 혈액이 머물러 있게 돼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것이다. 오정석 약사는 “간에서 맑은 혈액을 눈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눈이 충혈되고 점차 시력이 나빠진다”며, “눈의 활력을 유지하고 눈의 시력이 좋아지려면 우선적으로 간에서 건강한 혈액이 저장되고 원활히 방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간기능이 개선되면 깨끗한 혈액이 온몸에 공급되어 건강한 눈을 가질 수 있다.도움말 = 오정석 약사